ADsP를 응시할 생각은 입사 전까지만 해도 없었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취업이나 기타 활동에 마이너스는 되지 않을 수 있으나 대회나 공모전 활동만큼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응시료 5만 원이 아깝기도 하였다.
입사 후 사내에서는 DX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더 나은 고객경험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원가 절감을 위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DX기반으로 하겠노라고 신입사원 교육 때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들어왔다. (사내에서는 DX를 디지털 전환보다는 데이터 쪽에 더 비중을 둔 용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임직원 대상으로 몇 단계로 나누어진 사내 관련 역량인증 시험이 있었으며, 일정 단계 이상을 취득해야 승진이 가능했다. ADsP는 그 단계들 중 특정 단계의 필기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승진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굳이 지금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일이 많은데, 나중에는 할 시간이 더더욱 있을 것 같지 않아 시험을 응시하였다.
응시료는 5만원이나 최초 1회는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나에게는 한 번에 따면 공짜 자격증이 될 수 있었다. 4월 8일에 접수를 하였을 땐, 시험이 5월 11일이니 공부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껴졌었다. 그러나 수많은 야근, 특근에 피폐해진 나의 몸은 침대만 보면 잠을 청하였고 난 아무런 준비 없이 순식간에 시험 전날을 맞이하였다. 퇴근 후 유튜브에서 두 시간 요약 영상을 2배속으로 1시간 만에 보고, 내용을 정리하였다. 원래는 정리한 내용을 계속 반복하며 보고, 읽고 머릿속에 밤새며 넣어가려 했으나 어느 순간 난 잠에 들어있었다. 수면 기록을 보니 30분도 안되어 뻗은 듯했다. 결국 난 시험날 아침 눈을 떴고, 시험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정리한 내용을 계속 읽었다. 목표는 고득점이 아닌 합격이었으니 과락 없이 60점만 넘기자는 마인드로 벼락치기를 했다.
그저 봤던 내용은 고르고, 그러지 못한 문제는 찍는것이 내가 시험 중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모든 문제에 대해 이 행위를 행하니 25분이 지나있었다. 여기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5분을 더 기다렸다. 시험 시작 후 30분 후, 퇴실 가능시간이 되었고 난 그 방에서 금메달을 찍었다.
사전점수가 공개되었을 떄 난 내 점수가 내 생각보다 높음에 놀랐다.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 것인지, 찍었는데 맞은 문제가 많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과락 없이 60점만 넘기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회사에서는 이 시험을 응시하라고 메일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시험을 계기로 크게 느끼게 된 점이 있다. 일과 자기계발을 병행하는 자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 자기 계발이 사소한 것 일지라도 말이다. 대학생 때 별거 아니라고 느꼈던 자격증이 일이랑 병행하자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세상에, 이거 하나 같이하는 것도 이렇게 피곤한데 다른 일은 어떻게 같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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